성주영 개인전 <마음 들여다보기>
2022.6.8-6.12
흙을 다루는 창작 행위 과정은 재료와 기법에 따른 다양한 변화들과 시각적, 촉각적 즐거움이 따른다. 흙과 정서적 교감을 주고 받으며, 작업 과정에서 의식적, 무의식적 미술 행위들이 이루어지고 내면의 문제들이 밖으로 노출되기도 한다. 막연하게 느껴지는 심리적 불안과 분노를 분출하고 싶은 욕구의 표현뿐 아니라 미술 행위가 끝나고 난 후 그 결과물을 바라보면서 사유하는 과정을 통해 심리적 문제의 접근과 진단을 도와준다.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마음의 안정과 치유를 경험하게 된다.
흙은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균열이 발생하는 물성이 있다. 이러한 균열이라는 흙의 물성은 만드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된다. 균열의 위치와 범위를 의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지만 균열의 패턴과 크기는 작업자가 정할 수 없다. 흙이 곧 나 자신이 되면서 균열이 만들어지면 이내 이것은 나의 심리적 상처가 표현된 조형 언어로 변한다. 어떤 심리적 상처들은 크게 치명적이지 않아서 금방 씻은 듯이 낫고, 흉터도 남지 않지만, 심각한 심리적 상처는 트라우마로 작용해 평생을 옭아맨다. 이러한 심리 표현이 작고 얕은 균열과 크고 깊은 균열 등으로 표현된다.
균열이 난 부분에 색이 다른 흙(색화장토)을 넣는 상감 기법은 심리 내면의 문제를 형상화하고 치료하는 과정이다. 색화장토를 넣는 작업은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한 겹 채워지고 건조 시간이 지나고 불필요한 흙을 깎아낸다. 다시 덜 채워진 부분에 색화장토를 바르고 건조시키고 깎아내는 과정을 5~6번 반복한 후에 작업이 완성 된다. 상처를 상징하는 균열 위에 화장토로 매워진 새살이 돋아 치유되는 과정이 끝나고 나면 거칠었던 표면의 재질감은 감소되고 은은한 회화적 표현이 드러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