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을 상상하다
참여작가 : 이우현
10.26 - 10.31
작품 전반에 깔려 있는 보라색은 일상 생활에서 익숙지 않은 색이다. 상반되는 의미를 여러 개 갖고 있는 보라색의 의미는 굉장히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라색이 갖고 있는 어중간한 심리적 상태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겉으로는 화려해 보여도 속으로는 꿈꾸듯 보드랍기도 하고, 고귀한 이미지 속에서도 우울함과 외로움을 상징하고 있다. 보라색은 또한 물질적인 것보다 전형적인 몽상가,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색이기도 하다. 감정과 정신을 안정시키고 분노와 초조함을 억제시킴으로 우리가 두 발로 디디고 있는 현실의 색이라기 보다는 몽환적인 정신의 색이다. 캐나다 희극가인 이본 데샹(Yvon Deschamps)은 “우리가 세상으로 올 때(태어날 때), 우리 모두는 똑같이 보라색이었다”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보라색은 인간인 우리가 백색, 황색, 흑색으로 나뉘기 이전의 태초의 색깔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 익숙해진 우리의 눈은 당연히 무의식 속 기억으로 남겨진 보라색을 낯설게 느낄 수 밖에 없다.
작품들을 보면 보수적인 유화기법을 사용하는 듯 하지만 붓 끝은 또렷하면서도 아스라한 간극을 오가며 퍼져 나가는 보랏빛 수채화가 느껴진다. 물과 기름이라는 두 이질적인 재료를 사용한 그의 작품에서는 오히려 우연성과 개연성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안정감마저 들게 한다. 선명하게 파랗거나 붉지는 않지만 그 사이를 오가며 정체성을 드러내는 보랏빛을 선택한 작가의 의도가 같은 맥락으로 이해가 된다. 작품에 존재하는 나무와 호수, 풍경들은 실재하는 장소라기보다는 작가가 그려오고 지나쳐 온 삶의 흔적들의 연속이라고 볼 수 있다. 겹겹이 쌓여 강렬해진 보랏빛 숲과 주변을 희미하게 메운 하얀 안개에서 또 한 번 중의성을 표현한 작가의 섬세함을 엿볼 수 있다. 여기에 느껴지는 몽환적 판타지는 그림을 보는 이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아련한 야상곡 같다.